시두르(siddur)는 유대교의 일상 기도와 회당 예배에 사용되는 기도서이다. 히브리어 시데르(seder), 곧 ‘질서’ 또는 ‘순서’에서 나온 이름으로, 하루와 안식일의 기도문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배열한 책이라는 뜻을 지닌다.
시두르에는 찬양, 성경 구절, 감사, 간구, 회개, 평화의 기도가 함께 들어 있다. 유대인은 시두르를 개인 기도에 사용할 수도 있고, 회당에서 공동체와 함께 예배할 때 사용할 수도 있다.

시두르가 만들어진 배경
성경 시대의 이스라엘에서는 성전 제사가 예배의 중심이었다. 성전에서 드리는 제사와 함께 정해진 기도와 찬양이 있었지만,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한 권짜리 기도서가 사용된 것은 아니다.
기원후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뒤 유대교의 예배는 회당과 기도, 토라 학습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공동체가 사용하던 기도문이 정리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 기도와 회당 예배의 순서가 시두르에 모이게 되었다.
초기의 기도문은 오랫동안 구전으로 전승되었다. 랍비들은 기도문의 순서와 핵심 내용을 점차 정리하였으며, 중세에 이르러 여러 지역에서 시두르가 편찬되었다. 바빌로니아 유대 공동체의 기도 순서는 이후 널리 확산되었지만, 각 지역의 관습과 시인들의 기도문이 더해지면서 여러 판본과 전통이 생겨났다.
시두르의 기본 구성
시두르의 정확한 배열은 판본과 예배 시간에 따라 다르다. 아침 기도, 오후 기도, 저녁 기도는 서로 다른 순서를 가지며, 안식일과 절기에는 평일에 없는 찬양과 본문이 추가된다.
아침 기도
아침 기도에는 잠에서 깨어난 뒤 드리는 감사, 손을 씻은 뒤의 축복, 성경 본문 낭독, 찬양, 쉐마, 아미다 등이 포함된다. 기도자는 하루를 하나님에게서 받은 시간으로 인식하며 몸과 마음을 정돈한다.
아침 예배의 앞부분에는 시편과 성경의 찬양 구절을 모은 페수케이 데지므라가 놓인다. 이 부분은 창조와 역사 속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으며, 뒤이어 쉐마와 아미다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든다.
쉐마와 그 축복
쉐마는 하나님이 한 분이라는 신앙 고백을 중심으로 하는 기도이다. 시두르에는 신명기와 민수기의 본문에 바탕을 둔 쉐마 구절과 함께, 그 앞뒤에 낭독하는 축복문이 수록되어 있다.
아침에는 창조의 빛과 하나님의 사랑을 찬양하는 축복이 앞에 놓이고, 쉐마 뒤에는 구원과 해방을 기억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따라서 쉐마는 고립된 한 문장이 아니라 창조, 계시, 구원을 연결하는 예배의 중심 부분으로 기능한다.
아미다
아미다는 시두르에서 가장 중요한 기도 가운데 하나이다. 이름처럼 기본적으로 서서 드리며, 쉐모네 에스레, 곧 ‘열여덟 가지’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현재의 평일 아미다는 일반적으로 열아홉 개의 축복으로 구성된다.
아미다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첫 부분, 지식과 회개와 용서를 구하는 가운데 부분, 평화와 감사로 마치는 마지막 부분으로 나뉜다. 평일에는 개인과 공동체의 필요를 구하는 청원이 포함되지만, 안식일과 주요 절기에는 청원 부분이 절기의 거룩함을 강조하는 문장으로 바뀐다.
하루 세 번의 기도
전통적인 유대교에서는 하루에 세 차례 기도한다. 아침의 샤하리트, 오후의 민하, 저녁의 마아리브이다. 각 기도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드리지만, 쉐마와 아미다처럼 공통으로 반복되는 핵심 본문이 있다.
이 세 차례의 기도는 성전에서 드리던 아침과 오후 제사, 그리고 밤에 이어지는 제사의 질서와 관련하여 설명되기도 한다. 랍비 전통에서는 족장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기도와 연결하여 이해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두르는 성전 제사의 기억과 랍비 유대교의 기도 생활을 함께 담고 있다.
시두르는 평일과 안식일의 정기 기도에 주로 사용되는 기도서이다. 마흐조르(mahzor)는 로쉬 하샤나와 욤 키푸르 같은 주요 절기의 특별 예배를 위해 편찬된 기도서이다. 오늘날에는 절기용 본문을 함께 수록한 시두르도 있지만, 두 기도서는 기본적으로 사용 목적이 다르다.
안식일과 절기의 시두르
안식일에는 평일 아미다의 청원 부분이 생략되고 안식일의 거룩함을 찬양하는 내용이 들어간다. 토라 두루마리 낭독과 하프타라 낭독, 추가 예배인 무사프도 안식일 회당 예배의 중요한 요소이다.
유월절, 샤부오트, 초막절에는 평일과 다른 아미다와 무사프가 사용된다. 하누카와 푸림처럼 성전 또는 역사적 구원 사건을 기억하는 절기에는 감사 기도인 알 하니심이 추가된다. 따라서 시두르는 고정된 문장만 모은 책이 아니라 유대력의 흐름을 예배 속에 반영하는 책이다.
시두르에 포함된 주요 기도문
- 모데 아니: 잠에서 깨어난 뒤 생명을 돌려받은 것에 감사하는 짧은 기도이다.
- 카디시: 하나님 이름의 거룩함과 통치를 찬양하는 기도이다. 장례와 관련된 기도로만 한정되지 않으며, 예배의 여러 지점에서 사용된다.
- 알레이누: 하나님을 찬양하고 온 세상이 하나님의 통치를 인정하게 될 미래를 바라보는 기도이다.
- 할렐: 시편 113편부터 118편을 중심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기도이다. 유월절과 초막절 같은 절기에 특별히 낭독된다.
- 아도ון 올람: 하나님의 영원한 통치를 찬양하는 시적 기도이다. 여러 공동체에서 예배의 끝이나 개인 기도에 사용된다.
기도문을 외우는 것과 읽는 것
시두르의 기도문은 오랜 시간 반복되며 공동체의 기억이 되었다. 예배자는 책을 보면서 기도할 수 있고, 자주 사용하는 문장은 외워서 낭독하기도 한다. 회당에서는 한 사람이 기도를 이끌고 다른 사람들이 응답하거나 함께 낭독한다.
기도문을 정해진 형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감정을 배제한다는 뜻이 아니다. 고정된 본문은 공동체가 같은 언어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서로 다른 상황에서도 공동의 기억과 소망을 표현하게 한다. 동시에 개인은 정해진 기도 전후에 자신의 말로 기도할 수 있다.
히브리어와 번역문의 사용
시두르의 중심 본문은 전통적으로 히브리어로 기록되었다. 히브리어는 성경과 랍비 문헌, 유대 공동체의 예배를 이어 주는 공통 언어 역할을 하였다. 히브리어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여러 언어의 번역본과 해설서도 함께 발행되었다.
현대 유대교에서는 예배에서 히브리어를 사용하는 비중이 교단과 회중에 따라 다르다. 정통파 공동체는 전통적인 히브리어 예배를 강하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파와 개혁파 공동체에서는 히브리어와 현지 언어를 함께 사용하거나, 예배의 일부를 현지 언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유대교 전통에 따른 시두르의 차이
모든 유대인이 같은 시두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아슈케나지, 세파르디, 미즈라히 공동체는 각자의 발음, 선율, 기도문 배열, 시적 본문을 발전시켰다. 오늘날 이스라엘에서 널리 사용되는 누사흐 세파르드 계열의 기도서는 하시드 공동체의 전통과 관련된 배열을 반영한다.
정통파, 보수파, 개혁파 공동체도 예배의 언어와 신학적 표현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성의 예배 참여, 성 역할을 나타내는 표현, 현대적 언어의 사용 여부 등도 기도서에 반영될 수 있다. 그러므로 특정 시두르의 문장을 모든 유대교 공동체의 유일한 기준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시두르가 지닌 의미
시두르는 유대교의 기도문을 모아 놓은 책이면서 유대인의 시간 감각을 형성하는 책이다.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에 일상의 흐름을 멈추며, 밤에 하루를 돌아보는 기도가 시두르의 순서 안에 놓여 있다.
또한 시두르는 성경의 언어, 성전의 기억, 랍비들의 해석, 공동체의 역사적 경험을 한곳에 담는다. 예배자는 시두르를 통해 자신보다 앞선 세대의 기도를 이어가며,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는 창조와 해방과 평화의 소망을 다시 말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두르는 기도문을 보관한 책을 넘어 유대교의 신앙과 시간을 조직하는 예배의 책이다. 회당의 공동 예배와 개인의 일상 기도는 시두르를 매개로 연결되며, 오래된 전통은 각 시대의 언어와 공동체 안에서 계속 새롭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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