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달라(Havdalah)는 안식일 샤밧이 끝나고 평일이 시작되는 시간을 구별하는 유대교 의식이다. 히브리어 하브달라는 ‘구별’ 또는 ‘나눔’을 뜻하며, 거룩한 시간과 일상의 시간을 서로 다른 질서로 나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의식은 토요일 저녁 어두워진 뒤 가정이나 회당에서 행한다. 포도주나 포도 주스, 향료, 여러 가닥을 꼬아 만든 촛불을 사용하며, 마지막에는 안식일과 평일을 구별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축복을 낭송한다.

하브달라가 행해지는 시간
유대교에서 안식일은 금요일 해가 지기 전 시작하여 토요일 밤까지 이어진다. 토요일 저녁 하늘에 별이 보일 정도로 어두워지면 안식일이 끝나는 시간이 되며, 하브달라는 그 경계에서 행해진다.
안식일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 키두시라면, 하브달라는 안식일의 끝을 알리는 의식이다. 키두시가 평일에서 거룩한 시간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면 하브달라는 거룩한 시간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문에 해당한다.
하브달라의 네 가지 요소
포도주 또는 포도 주스
하브달라는 보통 포도주가 담긴 잔을 사용하여 시작한다. 유대교의 여러 축복 의식에서 포도주는 기쁨과 거룩한 식탁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포도주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공동체의 관습과 할라카의 기준에 따라 포도 주스를 사용할 수 있다.
잔에는 포도주를 가장자리까지 가득 따르는 관습이 널리 알려져 있다. 넘친 포도주는 안식일의 풍요와 축복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잔을 들고 포도나무 열매에 대한 축복을 낭송한 뒤 마신다.
향료
향료는 안식일이 끝나면서 사라지는 평안과 기쁨을 위로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안식일 동안 사람에게 주어졌다고 설명되는 ‘추가된 영혼’이 평일의 시작과 함께 떠나기 때문에 향기를 맡는다는 랍비 전통이 있다.
향료 상자에는 정향, 계피, 향초 같은 향기로운 재료가 들어갈 수 있다. 유대 공동체와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향료의 종류와 상자의 형태가 다르다. 향료를 손에 들고 향기를 맡은 뒤 향료에 대한 축복을 낭송한다.
하브달라 촛불
하브달라에는 여러 가닥의 심지를 하나로 꼬아 만든 특별한 촛불을 사용한다. 두 개 이상의 불꽃이 서로 연결되어 보이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촛불을 바라보며 불을 창조하신 하나님에 대한 축복을 낭송한다.
참석자들이 촛불 가까이에 손을 내밀어 손톱이나 손가락의 그림자를 확인하는 관습도 있다. 이 장면은 불빛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밤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감각적 행위와 연결된다. 불은 안식일에 인간이 불을 만들고 사용하는 일이 제한되었다가 다시 일상의 영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구별의 축복
마지막 축복은 거룩한 것과 평범한 것, 빛과 어둠, 안식일과 평일을 구별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하브달라의 핵심은 안식일의 종료를 알리는 데만 있지 않다. 시간의 서로 다른 성격을 인식하고, 평일에도 안식일의 의미를 기억하도록 하는 데 있다.
하브달라 의식의 일반적인 순서
- 포도주나 포도 주스를 잔에 따른다.
- 포도나무 열매에 대한 축복을 낭송한다.
- 향료의 향기를 맡고 향료에 대한 축복을 낭송한다.
- 하브달라 촛불을 바라보며 불에 대한 축복을 낭송한다.
- 안식일과 평일을 구별하는 마지막 축복을 낭송한다.
- 포도주를 마시고 촛불의 불꽃을 끈다.
실제 순서와 세부 방식은 공동체와 기도서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전통적인 예배에서는 정해진 히브리어 축복문을 사용하며, 가정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차례로 잔과 향료, 촛불을 맡기도 한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하브달라
하브달라는 회당의 공식 예배에만 속하지 않는다. 많은 유대인 가정에서는 토요일 저녁 식탁이나 거실에 가족이 모여 하브달라를 행한다. 아이들이 향료를 맡고 촛불을 바라보며 잔을 돌려보는 과정은 안식일의 끝을 기억하게 하는 생활 교육이 된다.
안식일 동안 가족은 일을 멈추고 식사와 대화, 기도와 휴식에 집중한다. 하브달라는 그 평온한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지만, 안식일이 남긴 질서와 감각을 평일의 삶으로 가져가는 역할도 한다. 축복과 향기, 불빛이 결합된 의식이기 때문에 어린이도 시간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절기와 겹칠 때의 하브달라
하브달라의 방식은 안식일 다음 날이 평일인지, 유대교 절기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안식일이 절기의 첫날이나 마지막 날로 이어질 때에는 평일과 절기를 구별하는 축복이 필요하지만, 평소와 같은 모든 요소를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욤 키푸르가 토요일 저녁에 끝나는 경우에는 금식이 끝난 뒤 하브달라를 행한다. 이때는 일반적인 안식일 하브달라와 달리 향료를 사용하지 않는 관습이 널리 따른다. 금식으로 인해 몸을 위로하는 향료를 생략하며, 불에 대한 축복은 안식일 동안 켜지지 않았던 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유월절, 샤부오트, 초막절 같은 절기가 안식일과 이어지는 경우에는 포도주와 축복문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세부 규정은 유대 공동체의 전통과 사용하는 시두르에 따라 확인한다.
하브달라와 안식일의 경계
유대교에서 시간은 모두 같은 성격을 지니지 않는다. 안식일은 창조와 해방, 쉼과 거룩함을 기억하는 특별한 시간이며, 평일은 노동과 사회적 책임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하브달라는 이 둘을 섞지 않고 각각의 의미를 분명하게 인식하게 한다.
이 의식은 안식일이 끝났다는 아쉬움만 표현하지 않는다. 거룩한 시간이 일상의 반대편에 영원히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새로운 태도와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감각을 담고 있다. 토요일 밤의 작은 불빛과 향기는 안식일의 기억이 평일로 건너가는 통로가 된다.
하브달라는 포도주, 향료, 불, 축복을 통해 안식일과 평일의 경계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의식이다. 시간의 구별은 생활을 멈추는 데서 끝나지 않고, 거룩한 쉼에서 얻은 질서를 다시 일과 공동체의 삶으로 옮기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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