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두시(Kiddush)는 포도주나 포도 주스 위에 축복을 낭송하여 안식일과 절기를 거룩한 시간으로 구별하는 유대교 의식이다. 히브리어 키두시는 ‘거룩하게 함’ 또는 ‘구별함’을 뜻하며, 시간의 변화가 식탁과 가정의 행동 속에서 드러나도록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형태는 금요일 해 질 무렵 시작되는 안식일 저녁 식사 앞에서 행하는 키두시이다. 그러나 키두시는 안식일 아침 식사와 유대교의 주요 절기에도 이어진다. 포도주, 축복문, 빵,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하는 식사가 결합하면서 거룩한 시간이 일상의 식탁에 자리 잡는다.

키두시의 성경적 배경
키두시의 근거는 안식일을 기억하고 거룩하게 하라는 토라의 명령에서 찾을 수 있다. 출애굽기 20장의 안식일 계명은 안식일을 기억하라고 말하며, 신명기 5장은 안식일을 지키라고 표현한다. 랍비 전통은 이 두 방향을 함께 이해한다. 안식일을 기억하는 일은 말과 축복으로 그 시작을 알리는 행동이 되고, 안식일을 지키는 일은 노동을 멈추고 그 시간의 성격에 맞게 생활하는 실천이 된다.
성경 본문이 처음부터 오늘날과 같은 정해진 키두시 문장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사용되는 문구와 순서는 미쉬나와 탈무드 시대를 거치며 형성되었고, 후대의 기도서와 할라카 전통 속에서 정착되었다. 그러므로 키두시는 성경의 안식일 계명과 랍비 유대교의 예배 형식이 연결된 사례이다.
안식일 저녁 키두시의 순서
전통적인 안식일 저녁에는 회당 예배를 마친 뒤 가정으로 돌아와 키두시를 행한다. 가정에 따라 회당에서 먼저 키두시를 낭송하거나, 집에서 가족이 모인 뒤 가장이 대표하여 낭송하기도 한다. 정교회 공동체에서는 전통적인 순서를 엄격하게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보수파와 개혁파 공동체에서는 가족 구성원이나 성별에 따라 참여 방식이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
- 식탁에 포도주 또는 포도 주스를 준비한다.
- 포도주 잔을 들고 안식일의 창조와 구별을 선언하는 본문을 낭송한다.
- 포도나무 열매를 창조한 하나님을 찬양하는 축복을 말한다.
- 축복을 낭송한 사람이 포도주를 마시고, 함께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 손을 씻은 뒤 빵에 대한 축복을 낭송하고 식사를 시작한다.
안식일 저녁 키두시에는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바탕으로 안식일을 창조의 기념일로 설명하는 구절도 포함된다. 이어서 안식일을 이집트 탈출과 연결하는 내용이 나온다. 안식일은 창조주가 세상을 창조한 일을 기억하는 시간이면서,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왜 포도주를 사용하는가
유대교 의식에서 포도주는 기쁨과 축복을 나타내는 중요한 음료이다. 혼인식, 할례, 절기 식사와 같은 여러 의례에서도 포도주가 사용된다. 키두시에서 포도주는 평범한 식사와 거룩한 식사의 경계를 표시하는 매개가 된다.
모든 사람이 알코올을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포도 주스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 임신한 사람, 건강상의 이유가 있는 사람, 알코올을 피하는 사람은 공동체의 관습에 따라 포도 주스로 키두시에 참여할 수 있다. 중요한 요소는 포도나무 열매에 대한 축복과 안식일을 거룩하게 구별하는 행위이지, 알코올 자체가 아니다.
빵을 덮는 까닭
키두시를 행하는 식탁에는 흔히 두 덩이의 할라가 천으로 덮여 있다. 안식일 저녁 식사에서는 포도주에 대한 키두시가 먼저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 빵에 대한 축복이 이어진다. 유대교의 식사 규정에서는 빵이 여러 음식보다 먼저 축복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빵을 덮어 두어 빵이 ‘기다리게 되는’ 모양을 피한다고 설명한다.
두 덩이의 빵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안식일 전날 두 배로 주어졌다고 전해지는 만나를 기억하게 한다. 따라서 덮인 할라는 식탁의 장식만이 아니라 안식일의 공급과 쉼을 상징하는 요소가 된다. 지역과 공동체에 따라 빵의 모양과 덮개는 다를 수 있지만, 포도주와 빵이 함께 배치되는 구조는 널리 이어진다.
안식일 아침과 절기의 키두시
안식일 아침 예배 뒤에도 식사 전에 짧은 키두시를 행한다. 이를 낮의 키두시라고 부르며, 금요일 저녁 키두시처럼 창조와 출애굽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포도주에 대한 축복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아침 식사라고 해도 안식일의 식사로 구별되기 위해 키두시가 필요하다고 보는 전통이 있다.
유월절, 샤부오트, 로쉬 하샤나, 초막절과 같은 절기에도 키두시가 행해진다. 절기 키두시에는 해당 절기를 거룩하게 구별한다는 내용이 들어가며, 안식일과 절기가 겹칠 때에는 두 성격을 함께 반영하는 문구가 사용된다. 유월절 세데르에서는 네 잔의 포도주가 특별한 구조를 이루므로, 일반적인 절기 식사의 키두시와 구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누가 키두시를 낭송하는가
전통적인 가정에서는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잔을 들고 대표로 키두시를 낭송한다. 다른 사람들은 아멘으로 응답하고 포도주를 함께 마신다. 그러나 키두시의 의무가 특정 성별에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안식일을 기억하라는 의무와 지키라는 의무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여성도 안식일 준수의 의무에 참여한다고 보는 랍비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유대교 공동체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조부모, 성년이 된 자녀가 번갈아 키두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개혁파와 일부 보수파 회당에서는 성별보다 공동체 참여와 가족 교육을 중시하며 방식을 다양하게 구성한다. 정교회 공동체에서도 지역과 가정에 따라 실제 참여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통적인 축복문과 안식일의 의미는 계속 유지된다.
키두시는 포도주를 마시는 행위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하나님이 창조와 해방의 역사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안식일과 절기를 평일과 구별하며, 그 의미를 공동체의 식탁에서 말로 선포하는 의식이다.
키두시와 유대교의 시간 이해
키두시는 시간을 수동적으로 보내는 방식과 다른 태도를 보여 준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사람들은 업무와 거래의 시간에서 물러나 식탁을 준비하고, 축복문을 통해 새로운 시간의 시작을 말로 선언한다. 거룩한 시간은 달력에 표시된 날짜로만 존재하지 않고, 기억과 말과 식사라는 반복되는 행동 속에서 경험된다.
이 의식은 가정의 세대 전승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이는 잔과 빵, 덮개, 축복문이 놓인 식탁을 보며 안식일의 순서를 배운다. 키두시는 유대교의 시간관과 창조 신앙, 해방의 기억을 하나의 생활 장면 안에 담아내는 의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키두시는 안식일과 절기를 일상에서 구별하는 짧은 축복이면서, 유대교가 시간을 하나님께 속한 선물로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포도주 잔을 들고 안식일의 시작을 선언하는 순간, 가족의 식탁은 창조와 해방을 기억하는 예배의 공간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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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더 읽을거리
- Abraham Joshua Heschel, The Sabbath.
- Joseph Telushkin, Jewish Literacy: The Most Important Things to Know About the Jewish Religion, Its People, and Its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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