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는 하나님이 믿는 사람의 삶을 변화시켜 죄를 멀리하고 거룩함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과정이다. 기독교에서 구원은 죄의 용서를 받는 한순간의 사건에 머물지 않고, 생각과 욕망과 행동이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지속적인 삶으로 이어진다.
성화는 칭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칭의가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 의롭다고 인정되는 사건이라면, 성화는 그 사람이 실제 삶에서 점차 변화되는 과정이다. 두 개념을 구분하면 믿음과 행위, 은혜와 인간의 책임에 관한 기독교의 설명을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성화라는 말의 뜻
한국어 성화에 해당하는 신약성경의 주요 표현은 헬라어 하기아스모스이다. 이 말은 거룩하게 됨 또는 거룩한 삶으로 구별됨을 뜻한다. 성경에서 거룩함은 세상과 무관하게 고립되는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사람으로서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가리킨다.
구약에서 거룩함은 먼저 하나님께 속하도록 구별되는 의미를 지녔다. 성막과 제사장, 제사에 사용되는 물건이 거룩하다고 불린 것은 그것들이 하나님을 섬기는 목적에 맞게 구별되었기 때문이다. 신약에서는 이러한 의미가 사람의 삶으로 확장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 속한 공동체로 부름받았으며, 그 부르심에 맞는 삶을 살아가도록 요청받는다.
칭의와 성화는 어떻게 다른가
칭의와 성화는 모두 하나님의 은혜에서 시작하지만 강조하는 내용이 다르다. 칭의는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을 의롭다고 선언하는 법정적 의미의 사건이다. 사람의 공로나 도덕적 성취가 칭의의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역과 믿음이 중심이 된다.
성화는 그 선언을 받은 사람이 실제 삶에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이다. 분노와 욕심, 거짓과 미움에서 벗어나 사랑과 절제와 정직을 배워 가는 일이 여기에 포함된다. 성화의 과정에서 그리스도인은 여전히 죄와 싸우지만, 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님께 돌아서는 방향성을 갖게 된다.
칭의는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인정되는 사건이고, 성화는 그 사람이 삶 속에서 실제로 거룩해져 가는 과정이다. 칭의가 성화의 근거라면 성화는 칭의가 맺는 삶의 열매라고 설명할 수 있다.
성화는 언제 시작되는가
기독교 전통에서는 성화가 회심이나 믿음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다고 본다. 사람이 그리스도를 믿고 교회 공동체에 들어올 때 하나님께 속한 사람으로 구별된다. 이 의미에서 성화는 신앙생활의 어느 시점에 뒤늦게 추가되는 특별한 단계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삶 전체와 관련된다.
동시에 성화는 평생 이어지는 성장의 과정이다. 신약성경은 그리스도인이 이미 하나님께 속한 사람이라는 사실과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함께 말한다. 따라서 성화에는 현재의 신분과 앞으로 이루어질 완성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 그리스도인은 이미 거룩한 공동체에 속했지만, 삶의 모든 영역에서 거룩함을 완전히 드러낸 것은 아니다.
성령과 성화
성화의 중심에는 성령의 활동이 있다. 기독교 신앙에서 인간의 노력만으로 마음과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성령은 사람 안에서 죄를 깨닫게 하고, 하나님을 향한 마음을 일으키며, 사랑과 인내와 절제 같은 열매를 맺게 한다.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이러한 변화를 성령의 열매라는 말로 설명한다.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함, 신실함, 온유함, 절제는 외부 규칙을 지키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람의 성품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성화는 행동을 교정하는 일만이 아니라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소망하는지가 달라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성화와 인간의 노력
성화가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인간의 책임과 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약성경은 그리스도인에게 죄를 버리고 선을 행하며 서로 사랑하라고 명령한다. 기도, 성경 읽기, 예배, 금식, 자선, 용서와 같은 실천은 성화를 얻기 위한 공로라기보다 하나님께 마음을 열고 변화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다만 이러한 실천이 하나님에게 인정받기 위한 점수처럼 사용되면 성화의 의미가 왜곡된다. 기독교 전통에서 영적 훈련은 하나님의 은혜를 사는 대가가 아니라 은혜에 응답하는 통로로 설명되어 왔다. 사람의 의지와 실천은 중요하지만, 변화의 근원을 인간의 자기완성에 두지는 않는다.
성화의 구체적인 모습
성화는 예배당 안에서만 나타나는 종교적 감정이 아니다. 가족과 직장, 경제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성화와 관련된다. 손해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직을 선택하고, 보복하고 싶은 순간에 상대를 용서하려 하며, 약한 사람을 이용하지 않는 태도가 그 사례이다.
성화는 완벽주의와도 다르다. 성화된 사람은 실수와 연약함이 전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돌아서며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다하려는 사람이다. 죄를 숨기거나 합리화하는 태도와 죄를 슬퍼하며 돌이키는 태도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성화에 관한 교파별 강조점
가톨릭교회는 세례를 통해 시작되는 은총의 삶과 성례, 사랑의 실천을 성화와 연결한다. 신자의 삶은 은총 안에서 성장하며, 교회의 성례와 공동체 생활은 그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신교 전통은 종교개혁 이후 칭의와 성화를 구별하면서도 서로 분리하지 않았다. 루터교는 그리스도의 은혜와 믿음에서 출발하는 성화를 강조하며, 개혁파 전통은 성령에 의한 지속적인 변화와 죄를 죽이는 삶을 중요하게 다룬다. 감리교 전통에서는 사랑으로 충만해지는 성결과 그리스도인의 완전이라는 주제가 발전하였다.
동방정교회는 성화를 하나님과의 친교와 신자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며, 이를 흔히 신화 또는 신성화라는 개념과 연결한다. 여기서 인간이 하나님과 동일한 존재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과 은혜에 참여하여 본래의 목적에 맞게 변화된다는 뜻이다. 교파마다 표현과 강조점은 다르지만, 성화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삶이 변화되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성화와 교회 공동체
성화는 개인의 내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회는 예배와 말씀, 성례와 기도, 권면과 돌봄을 통해 신자가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다.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기심과 편견이 드러나며, 그때 용서와 인내와 책임을 배우게 된다.
따라서 성화는 개인의 종교적 성취를 자랑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거룩함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표시가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을 더 깊이 사랑하도록 이끄는 열매이다. 신약성경에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분리되지 않으며, 성화 역시 두 방향을 함께 가진다.
성화의 완성
기독교 신앙은 성화가 현재의 삶에서 시작되지만 죽음과 부활을 넘어 완성된다고 본다. 지상에서의 성화에는 여전히 죄와 한계가 남아 있으며, 그리스도인은 반복해서 회개하고 새롭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하나님이 사람 전체를 새롭게 하신다는 소망이 있다.
이 소망은 현재의 삶을 가볍게 여기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의 완성을 바라보면서 오늘의 삶에서 사랑과 정의와 거룩함을 실천하게 한다. 성화는 사람이 자기 힘으로 완전한 인간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그리스도를 닮아 가며 마침내 완성될 것을 기다리는 삶이다.
성화는 칭의 이후에 덧붙는 선택 과목이 아니라 구원받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하나님이 죄인을 의롭다고 받아들이신 은혜는 삶의 변화로 이어지며, 성령은 그 변화의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새롭게 한다. 그러므로 성화는 자기 의를 쌓는 일이 아니라 이미 받은 은혜에 응답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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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더 읽을거리
- John Wesley, A Plain Account of Christian Perfection.
- Walter Marshall, The Gospel Mystery of Sanctif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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