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기독교 예배가 열리는 건물만을 뜻하지 않는다. 기독교에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복음을 전하며,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를 가리킨다.
오늘날 교회는 지역 공동체, 교단, 예배당, 세계적 신자 공동체를 모두 가리킬 수 있다. 이처럼 한 단어가 여러 층위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신약성경의 교회 개념과 후대에 발전한 제도적 교회를 구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회를 뜻하는 에클레시아
신약성경에서 교회에 해당하는 그리스어는 에클레시아(ekklesia)이다. 이 말은 신약 시대의 일반적인 문맥에서 모임이나 회중을 뜻하였다. 도시의 공적 집회처럼 종교적 의미가 없는 모임에도 사용될 수 있는 말이었다.
에클레시아를 문자 그대로 ‘밖으로 불러낸 사람들’이라고만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낱말의 형태를 신학적 의미와 곧바로 동일시하기보다, 신약성경에서 이 말이 실제로 어떤 공동체를 가리키는지 살펴보는 편이 타당하다. 예수와 사도들은 이 단어를 통해 특정 장소보다 함께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를 강조하였다.
예수의 제자 공동체와 교회의 시작
복음서는 예수가 제자들을 부르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였다고 전한다. 예수의 사역은 개인의 내면적 신앙에만 머물지 않고, 말씀을 듣고 서로를 섬기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마태복음 16장에서 예수는 제자들의 신앙고백 뒤에 자신의 교회를 세우겠다고 말한다. 이 본문은 교회의 기원을 예수의 의지와 사명에 연결하는 근거로 이해되어 왔다. 다만 각 교단은 이 말씀과 베드로의 역할, 교회의 권위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사도행전 2장에서는 성령 강림 이후 많은 사람이 세례를 받고 사도들의 가르침, 교제, 떡을 떼는 일, 기도에 참여한다. 이 장면은 초기 교회가 단순한 청중의 집합이 아니라 예배와 나눔을 지속하는 생활 공동체였음을 보여준다.
초대교회의 네 가지 생활
사도행전이 묘사하는 초기 교회에는 몇 가지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신자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고, 기도하였다. 여기서 떡을 떼는 일은 공동 식사와 성찬의 의미를 함께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 가르침: 예수의 말씀과 사도들의 증언을 배우는 일이다.
- 교제: 신자들이 시간과 재산, 삶의 어려움을 나누는 관계이다.
- 예배: 떡을 떼고 기도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행위이다.
- 증언: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세상에 선포하는 사명이다.
이 네 가지는 모든 시대의 교회가 동일한 방식으로 실행해야 하는 세부 규정이라기보다, 교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본 방향이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예배 형식과 조직은 달라졌지만 말씀, 공동체, 예배, 증언은 교회의 중심 요소로 남았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처음부터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교회 건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예루살렘에서는 성전 뜰과 가정이 모임의 장소로 활용되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신자들의 집이 예배와 교제의 공간이 되었다.
바울의 편지에는 ‘집에 있는 교회’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당시 교회가 반드시 독립된 종교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교회의 정체성은 벽과 제단, 좌석 배치보다 그곳에 모인 신자들의 믿음과 관계에 있었다.
후대에 기독교가 공인되고 예배 공간이 제도화되면서 교회 건물은 중요한 종교 건축이 되었다. 그러나 건물이 교회의 전부는 아니다. 예배당이 없어도 신자들의 공동체가 존재할 수 있으며, 건물이 있어도 공동체의 돌봄과 신앙이 사라지면 교회의 본래 목적은 약화될 수 있다.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비유
바울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표현한다. 이 비유에서 그리스도는 몸의 머리이며, 신자들은 서로 다른 역할을 지닌 지체이다. 눈과 손, 귀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듯이 교회 안의 사람들도 동일한 능력과 직무를 가질 필요가 없다.
이 비유는 교회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함께 설명한다. 교회가 하나라는 말은 모든 사람이 똑같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은사와 직무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연결될 때 공동체가 온전하게 기능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몸의 비유는 한 사람이나 한 직분이 교회 전체를 독점할 수 없다는 점도 보여준다. 목회자와 평신도, 가르치는 사람과 봉사하는 사람,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과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지만 모두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교회의 예배와 성례
교회는 말씀을 듣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이다. 기도, 찬송, 성경 봉독, 설교, 감사와 축복은 여러 전통에서 예배의 중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예배의 순서와 형식은 교단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님을 향한 공동의 행위라는 성격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세례와 성찬은 많은 기독교 전통에서 교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예식이다. 세례는 신자가 그리스도와 연결되고 공동체에 들어오는 의미를 가지며, 성찬은 예수의 죽음과 구원을 기억하고 공동체의 연합을 표현한다.
가톨릭교회와 정교회는 세례와 성찬을 포함한 성사를 교회의 은총 전달과 밀접하게 연결한다. 성공회와 루터교 등 일부 개신교 전통도 세례와 성찬을 중요한 성례로 지키며, 다른 개신교 교단은 이를 예수의 명령에 따른 예식 또는 규례로 설명한다. 명칭과 신학적 해석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예식이 교회 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은 넓게 공유된다.
교회의 직분과 질서
신약성경에는 감독, 장로, 집사와 같은 직분이 등장한다. 초기 교회에서 이 직분들은 공동체를 가르치고 돌보며, 재정과 구제를 관리하고, 예배와 선교를 질서 있게 수행하기 위해 발전하였다.
후대 교회는 이 직분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직하였다. 가톨릭교회와 정교회는 주교, 사제, 부제의 구조를 중심으로 교회를 운영한다. 장로교회는 장로와 당회, 노회와 총회의 구조를 강조하며, 회중교회 전통은 지역 회중의 자치와 공동 결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교회 조직의 차이는 단순한 행정 방식의 차이만은 아니다. 교회의 권위가 어디에 있으며,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여러 교회 제도가 형성되었다.
지역 교회와 보편 교회
신약성경에서 교회는 한 지역에 모이는 공동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신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고린도 교회, 로마 교회처럼 특정 도시에 있는 공동체가 지역 교회의 예이다. 반면 여러 지역의 신자를 하나의 몸으로 묶어 말할 때는 보편적인 교회라는 의미가 나타난다.
이 구분은 지역 교회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은 구체적인 예배와 식사, 돌봄, 봉사의 현장에서 실천된다. 동시에 어느 한 지역이나 교단이 그리스도의 교회 전체를 완전히 대표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사도신경은 교회를 ‘거룩한 공교회’로 고백한다. 여기서 공교회는 특정 교파의 명칭이라기보다 시간과 장소를 넘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전체 신자의 공동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이해된다.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는 이 고백을 공유하면서도 교회의 경계와 가시적 일치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다.
교회와 세상
교회는 세상과 분리된 사적 모임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예수는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 복음을 전하게 하였고, 초기 교회는 가난한 사람과 병든 사람, 과부와 고아를 돌보는 일을 신앙의 실천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교회의 사명에는 예배와 전도뿐 아니라 이웃을 향한 섬김과 정의의 실천도 포함된다. 다만 교회가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방식은 시대와 교단에 따라 달라졌으며, 모든 정치적 입장이 곧 기독교 신앙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세상의 모든 제도와 동일하지 않지만, 역사 속에서 특정 국가와 권력에 가까워지며 본래의 사명을 훼손한 경우도 있었다. 교회의 역사를 이해할 때에는 신앙의 이상과 실제 제도의 모습을 구별해야 한다.
교회를 이해하는 핵심
기독교에서 교회는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복음을 배우며, 서로를 돌보고, 세상에 증언하는 공동체이다. 교회 건물과 제도는 이 공동체를 돕는 수단이지만 교회의 본질 전체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지역 교회는 서로 다른 예배 형식과 조직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말씀, 예배, 공동체, 섬김, 증언이라는 중심 요소를 통해 교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교회를 이해하는 일은 특정 건축물이나 교파의 특징을 아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신자들이 어떤 관계와 사명을 살아내는지 살펴보는 데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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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더 읽을거리
- Edmund P. Clowney, The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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