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 낭독은 유대교 회당 예배에서 공동체가 하나님의 가르침을 함께 듣는 의식이다. 예배 인도자가 혼자 성경을 읽는 방식이 아니라, 세페르 토라를 꺼내고 여러 사람이 축복과 낭독에 참여하면서 공동체 전체가 토라 앞에 선다.
안식일 아침에는 주간 토라 본문을 읽고, 이어서 예언서에서 정한 하프타라를 낭독한다. 토라 낭독은 성경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이면서 이스라엘의 언약과 공동체의 시간을 매주 새롭게 확인하는 행위이다.

토라 낭독의 성경적 배경
회당에서 성경을 공개적으로 읽는 전통은 제2성전 시대에 중요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느헤미야 8장은 에스라가 수문 앞 광장에서 토라를 가져와 백성에게 읽어 주고, 레위 사람들이 그 뜻을 설명한 장면을 전한다. 이 본문은 공공장소에서 토라를 읽고 해석하는 전통을 보여 주는 중요한 배경이다.
토라 낭독의 정확한 제도와 순서는 여러 세대에 걸쳐 발전하였다. 미쉬나의 메길라는 안식일과 절기, 금식일, 월요일과 목요일에 토라를 읽는 규정을 다룬다. 따라서 오늘날의 낭독 순서는 성경 본문에 기록된 하나의 예배 지침이 아니라 성경적 전통과 랍비 시대의 규정이 결합하여 형성된 제도이다.
주간 토라 본문을 읽는 방식
모세오경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매주 읽힌다. 이 주간 본문을 파라샤 또는 파르샤라고 부르며, 히브리어로는 ‘나누어진 부분’이라는 뜻을 지닌다. 유대력의 날짜와 절기에 따라 한 주에 읽을 본문이 정해지고, 절기가 안식일과 겹칠 때에는 평상시 본문 대신 절기에 맞는 본문을 읽는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유대 공동체는 1년을 주기로 모세오경 전체를 읽는 방식을 따른다. 고대 팔레스타인 공동체에서는 토라 전체를 약 3년에 걸쳐 읽는 관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주기와 삼년 주기는 유대교 역사에서 공존하였으며, 현대 회당의 실천은 대체로 연간 주기를 사용한다.
세페르 토라를 꺼내는 절차
토라 낭독 때에는 회당의 보관함인 아론 하코데시에서 세페르 토라를 꺼낸다. 참석자들은 토라 두루마리가 회당 안을 지나 낭독대로 옮겨지는 동안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에 따라 토라를 회당 안에서 행렬처럼 옮기며 기쁨과 존경을 표현하기도 한다.
낭독대는 보통 비마라고 부른다. 토라 두루마리는 비마 위에 펼쳐지며, 낭독자는 글자를 손으로 직접 짚지 않고 야드라는 손 모양의 지시봉을 사용한다. 히브리어 자음과 모음 부호가 기록된 인쇄 성경과 달리, 세페르 토라에는 전통적인 형태로 자음 본문이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낭독자는 정해진 발음과 억양을 미리 배워 본문을 읽는다.
알리야와 토라 앞에 서는 사람들
토라 낭독에 참여하여 축복을 말하고 본문을 읽는 순서를 알리야라고 한다. 알리야는 히브리어로 ‘올라감’을 뜻하며, 토라가 놓인 비마로 올라가는 행위를 가리킨다. 토라를 직접 유창하게 읽는 사람과 축복을 담당하는 사람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많은 회당에서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바알 코레가 본문을 읽고, 알리야를 받은 사람은 앞뒤의 축복을 낭송한다.
안식일 아침에는 전통적으로 일곱 번의 알리야가 배정되고, 마지막에는 마프티르가 읽는다. 평일 예배에서는 세 번, 로쉬 호데시와 절기에는 네 번, 금식일에는 네 번 등 상황에 따라 횟수가 달라진다. 공동체의 관습과 예배 시간이 짧은 경우에는 세부 운영이 달라질 수 있다.
첫 번째 알리야는 전통적으로 코헨에게, 두 번째 알리야는 레위인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그 뒤의 알리야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이 맡는다. 코헨이나 레위인이 참석하지 않았을 때의 처리 방식은 회당의 할라카적 전통에 따라 달라진다. 이 순서는 성전 제사의 기능을 오늘날 회당 예배에서 그대로 재현한다는 뜻이 아니라, 제사장 가문과 레위인의 전통적 지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토라 축복의 의미
알리야를 맡은 사람은 낭독 전과 후에 토라에 관한 축복을 말한다. 낭독 전에는 하나님이 토라를 주신 분이라는 사실을 찬양하고, 낭독 후에는 하나님이 진리의 토라를 주신 분이라는 내용을 고백한다. 이 축복은 낭독자의 개인적 능력보다 토라와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앞세운다.
축복을 말하는 사람은 두루마리를 펼친 채 본문을 바라보며 낭독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전통적인 예배에서는 회중도 축복에 응답한다. 이 응답은 토라가 특정한 낭독자나 성직자에게만 속한 말씀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듣고 책임지는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하프타라와 토라 낭독의 연결
안식일과 여러 절기에는 토라 낭독 뒤에 하프타라를 읽는다. 하프타라는 예언서에서 선택한 본문이며, 그 주의 토라 본문이나 해당 절기의 주제와 연결된다. 예언서 낭독자는 토라 낭독과 구별되는 축복을 말하며, 회당에 따라 토라를 읽은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하프타라를 맡는다.
하프타라는 토라를 대신하는 두 번째 성경 낭독이 아니다. 토라의 사건과 계명이 예언자들의 설교, 경고, 위로, 희망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보여 주는 독법이다. 예를 들어 절기에는 출애굽, 광야, 성전, 회복과 관련된 예언서 본문이 선택되어 그 절기의 기억을 넓힌다.
월요일과 목요일에도 토라를 읽는 이유
토라 낭독은 안식일에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통적인 회당에서는 월요일과 목요일 아침 예배에도 짧은 토라 본문을 읽는다. 이 날들은 고대 이스라엘의 장터와 재판이 열리던 날과 관련된 것으로 설명되며, 사람들이 모였을 때 토라를 읽도록 한 전통이 발전한 것으로 이해된다.
월요일과 목요일의 낭독은 안식일 본문의 시작 부분에서 일부를 읽는 방식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공동체는 안식일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토라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여행이나 직장 때문에 안식일 예배에 참석하기 어려운 사람도 이 평일 예배에서 토라 낭독을 접할 수 있다.
누가 토라를 읽고 축복하는가
정통파 회당에서는 전통적인 할라카 해석에 따라 남성의 알리야와 낭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파와 개혁파 공동체에서는 여성도 알리야를 맡고 토라를 낭독하는 관행이 널리 시행된다. 다만 각 회당의 규정과 지역 관습에는 차이가 있다.
어린이가 토라 낭독에 참여하는 방식도 공동체마다 다르다. 바르 미츠바를 맞은 소년이 토라를 읽거나 알리야를 맡는 관행이 있고, 바트 미츠바를 맞은 소녀의 참여 방식도 교단과 회당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는 토라의 가치 자체가 서로 다르다는 뜻보다, 공동체가 할라카와 성별 역할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토라 낭독이 공동체에 주는 의미
토라 낭독은 개인이 집에서 성경을 읽는 일과 다른 차원을 지닌다.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같은 주간 본문을 반복해서 듣고, 어린이와 성인이 같은 공간에서 말씀 앞에 선다. 낭독의 내용은 매년 되풀이되지만, 그 본문을 듣는 사람과 공동체의 상황은 계속 달라진다.
또한 토라 낭독은 공동체의 시간표를 만든다. 결혼, 출생, 성년식, 추모와 같은 삶의 사건도 주간 토라 본문과 연결될 수 있다. 공동체 구성원은 자신이 속한 순간을 토라의 긴 이야기 안에서 이해하며, 회당은 그 기억을 여러 세대에 전달하는 장소가 된다.
토라 낭독의 중심에는 글을 정확하게 보존하는 일과 그 말씀을 함께 듣는 일이 있다. 세페르 토라의 문자, 낭독자의 전통적 억양, 축복의 순서, 회중의 응답은 모두 토라를 책장 속 문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공동체의 가르침으로 다루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유대교의 회당 예배는 매주 토라를 읽고 듣고 해석하며 언약의 기억을 현재의 삶으로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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