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먼저 큰 틀부터 정리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정교회”라고 부르는 전통은 사실 하나의 단일한 교회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분기점을 가진 두 계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동방 정교회이고, 다른 하나는 오리엔탈 정교회입니다. 이 둘은 서방 교회와 갈라지기 이전, 훨씬 이른 시기에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리엔탈 정교회는 로마 가톨릭이나 동방 정교회에서 나중에 파생된 집단이 아니라, 초기 교회의 한 흐름이 특정 공의회 이후 독자적으로 남아 있게 된 전통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2. 결정적 분기점: 어느 공의회를 받아들였는가
초기 기독교 세계에서 교회의 일치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의회였습니다. 공의회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교회 전체가 신앙을 어떻게 고백할 것인지를 공식적으로 규정하는 자리였습니다. 따라서 어느 공의회를 받아들이고, 어느 공의회를 거부했는가는 교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오리엔탈 정교회와 동방 정교회의 차이는 바로 이 지점, 즉 특정 공의회에 대한 수용 여부에서 비롯됩니다.
3. 오리엔탈 정교회는 어디서 갈라졌는가
오리엔탈 정교회가 분리된 결정적 계기는 451년에 열린 칼케돈 공의회입니다. 이 공의회에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본성에 대해 새로운 신학적 정의를 공식적으로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지역 교회들은 이 정의가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이해해 온 그리스도 이해와 어긋난다고 판단했고, 결국 칼케돈 공의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선택이 곧 오리엔탈 정교회의 형성으로 이어졌습니다.
4. 그래서 오리엔탈 정교회는 무엇에서 나왔는가
오리엔탈 정교회는 초기 교회의 모든 공의회를 거부한 집단이 아닙니다. 이들은 니케아 공의회,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그리고 에베소 공의회까지는 모두 받아들입니다. 즉 삼위일체 교리와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신성,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로 고백하는 신앙까지는 서방·동방 교회와 동일한 토대 위에 서 있습니다. 다만 칼케돈 공의회 이후 제시된 그리스도론적 정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런 이유로 오리엔탈 정교회는 흔히 “비(非)칼케돈파 교회”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비(非)칼케돈파, 즉 오리엔탈 정교회는 칼케돈 공의회가 제시한 ‘한 위격 안의 두 본성’이라는 공식 정의 대신, 에베소 공의회 이전에 확립된 알렉산드리아 전통의 그리스도론을 유지합니다. 이 전통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신성과 인성이 분리되거나 혼합되지 않은 채, 성육신 이후 하나의 통합된 본성으로 존재한다는 이해를 중심으로 합니다.
오리엔탈 정교회는 이를 미아퓌시스(Miaphysis)라고 표현하며, 이는 흔히 오해되는 단성론과는 구별됩니다. 단성론이 인성이 신성에 흡수되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미아퓌시스는 그리스도의 참된 신성과 참된 인성이 모두 온전히 보존된 상태에서,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실재로 결합되어 있다는 고백입니다. 다시 말해, 오리엔탈 정교회는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정하지 않으며, 그것을 철학적 개념으로 분석하기보다 성육신의 신비 안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입장을 취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리엔탈 정교회의 그리스도론은 교리를 명확한 정의로 규정하려는 칼케돈적 전통과, 신비적 통합을 강조하는 알렉산드리아 전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신학적 대화에서는, 이 차이가 본질적인 이단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용어와 철학적 사고방식, 신학 언어의 차이에서 발생한 역사적 간극이라는 점이 점점 더 분명히 인식되고 있습니다.
5. 오리엔탈 정교회에 속한 교회들
오리엔탈 정교회는 하나의 중앙 조직을 가진 단일 교회가 아니라, 여러 지역 교회들의 연합체입니다. 이집트의 콥트 정교회,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시리아 정교회,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정교회, 그리고 인도의 말랑카라 정교회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교회들은 언어와 문화는 서로 다르지만, 칼케돈 공의회를 거부하고 에베소 공의회까지의 신앙 전통을 유지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6. 그럼 동방 정교회는?
동방 정교회는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에베소 공의회에 더해 칼케돈 공의회까지 받아들인 교회 전통입니다. 이들은 칼케돈 공의회의 그리스도론을 정통 신앙의 기준으로 수용했고, 이후 수세기 동안 서방 교회와 함께 보편 교회의 주류를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이 동방 정교회는 훨씬 뒤인 1054년에 로마 가톨릭 교회와 분리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동방 정교회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됩니다.
7. 그래서 구조를 한 번에 정리하면
초기 교회는 하나의 신앙 공동체로 출발했지만, 5세기 중반 칼케돈 공의회를 기점으로 하나의 갈림길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때 칼케돈을 거부한 교회들은 오리엔탈 정교회로 남게 되었고, 칼케돈을 수용한 교회들은 이후에도 보편 교회로서의 연속성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이 칼케돈 수용 교회들 가운데서, 다시 11세기에 서방 교회와 동방 교회가 분리되면서 오늘날의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가 형성되었습니다.
8. 핵심 오해 하나 정리
오리엔탈 정교회는 흔히 단성론 이단으로 오해받아 왔지만, 스스로를 단성론자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모두 부정하지 않으며, 성육신 이후 그 두 본성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실재로 존재한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고대 알렉산드리아 신학 전통에서 발전한 이해 방식으로, 오늘날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와의 신학 대화에서도 상당한 공통점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오리엔탈 정교회는 서방이나 동방에서 나중에 갈라져 나온 교회가 아니라, 칼케돈 공의회 이전의 고대 교회 전통을 그대로 유지한 또 하나의 정통 기독교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