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에서 만난 반짝이는 구체 – 구 안의 구(Sfera con Sfera)
바티칸 박물관 피냐의 중정 중앙에 설치된 구형 조각, Sfera con Sfera (구 안의 구)
바티칸 박물관 내부로 발을 들이자마자 마치 공간 전체가 열리는 듯한 광장이 펼쳐집니다. 그 한가운데, 한눈에도 보통이 아닌 존재감의 원형 조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엔 지구본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정체는 쉽게 가늠되지 않습니다.
단순한 구(球) 형태라고 하기엔 내부가 들여다보이고, 그 안쪽에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정교한 구조가 또 하나의 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묘한 균열과 광택은 뭔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 같아,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게 만듭니다. 대체 이 구체는 왜 여기 있는 걸까, 누구의 작품일까, 어떤 뜻이 있는 걸까, 자연스레 질문이 생깁니다.
이 조형물의 이름은 Sfera con Sfera, 우리말로 “구 안의 구”입니다. 이탈리아의 현대 조각가 아르날도 포모도로(Arnaldo Pomodoro)가 제작하였으며, 1990년대 초부터 바티칸 박물관의 중심 중정인 피냐의 중정(Cortile della Pigna)에 설치되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외부는 완전한 구체이지만, 내부는 균열되고 갈라진 구조로 되어 있어, 완전함과 불완전함, 고요함과 위기라는 상반된 요소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기계적 장치는 현대 문명과 기술, 인간 사회의 구조를 상징하며, 겉으로 보이는 세계와 그 속에 숨겨진 복잡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바티칸의 역사적 공간 속에서 이 현대 조형물이 차지하는 위치는, 전통과 현재, 종교와 과학, 고전과 기술 사이의 대화를 시도하는 상징으로 읽힙니다. 바티칸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 조형물은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선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원문 일부 출처: museivaticani.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