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로마의 기억, 티투스 개선문
콜로세움 맞은편, 포로 로마노 광장을 걷다 보면 수많은 고대 유적들이 여행자를 압도하지만, 그중에서도 꼭 눈여겨보아야 할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티투스 개선문입니다. 이 유적은 깊은 역사를 간직한 기념비이자, 제국의 승리와 한 민족의 비극이 맞닿은 상징이기도 합니다.
예루살렘의 제2성전이 로마에 의해 파괴된 서기 70년, 유대 민족은 그 뿌리 깊은 땅에서 흩어지는 운명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장군이 바로 티투스입니다. 이 개선문은 유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여 세워진 것입니다. 이 개선문과 연관된 이스라엘의 역사는 그들의 삶 전체에 큰 전환점을 남겼습니다.
직접 이 개선문 앞에 서게 되면 그 의미가 가슴으로 와닿습니다. 유대 디아스포라의 시작이 된 순간을 돌에 새긴 현장, 그것이 이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포로 로마노를 방문할 때마다 티투스 개선문 앞에선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이번에도 감회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 함께 이 개선문에 대해서 간단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
티투스 개선문 전경 (Arch of Titus – Front View)
1. 티투스 개선문 전경
로마 제국의 위엄과 상징 정치를 가장 상징적으로 구현한 구조물 중 하나가 바로 이 티투스 개선문입니다. 서기 81년, 티투스 황제가 세상을 떠난 직후 그의 동생 도미티아누스(Domitianus)는 형의 업적을 기리고자 이 개선문을 세웠습니다.
이 아치형 구조물의 상단에는 다음과 같은 라틴어 명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SENATVS POPVLVSQVE ROMANVS DIVO TITO DIVI VESPASIANI F(ILIO) VESPASIANO AVGVSTO이는 “로마 원로원과 시민이 신격화된 티투스, 신격화된 베스파시아누스의 아들이자 아우구스투스(존엄자)에게 이 문을 바치다”라는 뜻으로 번역됩니다. 이 문구만으로도 티투스가 로마 제국에서 얼마나 깊은 존경을 받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티투스 개선문은 도시의 성문처럼 독립된 구조를 이루며, 군사적 승리를 기념하는 입체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개선 장군은 로마 시민의 환호 속에 이 아치를 지나며 전쟁의 영광을 공유했고, 로마의 위세는 이 한 순간에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수 세기가 흐른 오늘날에도 이 아치는 로마가 남긴 강렬한 메시지이자 역사적 서사로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 전리품 부조 (Spoils from the Temple of Jerusalem)
2. 예루살렘 성전 전리품 부조.
이 장면은 티투스가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한 후, 성전에서 약탈한 물품들을 로마로 가져오는 개선 행렬을 묘사한 부조입니다. 병사들이 어깨에 메고 있는 커다란 일곱 개 촛대, 즉 메노라가 부조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대교 예배에서 사용되었던 제사 도구들과 성전의 상징물들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부조는 로마의 정복 정신과 유대 민족의 뿌리 깊은 종교적 상징의 충돌을 시각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노라는 이후 유대교의 상징으로 계속 남아있으며, 오늘날 이스라엘 국가의 문장에도 등장합니다. 부조의 병사들은 전리품을 자랑하듯 행진하고 있으며, 이를 바라보는 관람자의 시선은 단숨에 수천 년 전 로마로 끌려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티투스의 개선 행진 부조 (Triumph of Titus)
3. 티투스 개선 행진 부조.
메노라 부조의 맞은 편 벽면에는 티투스 황제의 개선 장면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4두 마차를 탄 티투스가 로마 병사들과 함께 입장하는 모습을 담은 이 부조는 실제 개선 행렬의 이상화된 표현입니다. 마차 위에는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가 등장하여 티투스의 머리 위에 월계관을 씌우고 있으며, 병사들은 무기를 들고 행렬을 호위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로마 황제가 단순한 인간의 통치자가 아닌 신의 축복을 받는 존재로 표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묘사된 인물들은 각기 다른 동작과 표정을 지니며, 극적인 긴장감과 함께 로마 제국의 예술적 성취도 함께 드러냅니다. 이 부조는 티투스가 살아 있는 동안 이루지 못한 신격화를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원문 일부 출처: blog.naver.com/0216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