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소르 서안의 데이르 엘바하리 하트셉수트 장제전에는 고대 이집트의 대외 무역을 보여주는 독특한 기록이 남아 있다. 벽면을 채운 푼트 원정 부조다. 배를 타고 떠나는 이집트인, 외국의 통치자와 가족, 이국적인 나무와 동물, 향료를 싣고 돌아오는 장면이 여러 구역에 이어진다.
이 기록은 하트셉수트가 통치 기간에 추진한 원정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동시에 여왕이 신들의 뜻을 실행하고 이집트에 번영을 가져온 정당한 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왕권 선전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푼트 부조는 여행 기록과 종교적·정치적 메시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

푼트는 어디에 있었을까
고대 이집트 문헌에 등장하는 푼트의 정확한 위치는 확정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홍해 남쪽 연안과 아프리카의 뿔 지역을 포함한 여러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현재의 에리트레아, 지부티, 소말리아 일대와 아라비아반도 서쪽 해안을 연결해 이해하는 견해가 있으며, 원정의 항로와 교역 거점이 한 곳으로 고정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집트에서 푼트로 가려면 나일강 계곡에서 홍해 연안으로 이동한 뒤 바닷길을 이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부조에는 돛과 노를 갖춘 선박이 묘사되어 있다. 이를 통해 이집트가 사막을 가로지르는 육상로와 해상로를 결합해 먼 지역과 교역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부조의 선박과 항로 묘사가 실제 원정의 모든 과정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정에서 무엇을 가져왔나
하트셉수트 장제전의 부조에는 푼트에서 얻은 물품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 향료와 수지: 신전 의례와 시신 방부, 향 제조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 유향과 몰약 계열의 식물성 산물: 고대 이집트 종교 의식에서 향기와 정화의 기능을 맡았다.
- 향나무 또는 향료나무: 뿌리째 옮겨 심으려는 모습이 부조에 표현되어 있다.
- 금과 흑단: 이집트 왕실이 선호한 귀중한 자원이었다.
- 동물과 동물 가죽: 외국의 자연환경과 교역품을 보여주는 소재로 등장한다.
특히 화분에 담긴 나무를 이집트로 가져와 신전 뜰에 심었다는 장면이 유명하다. 이 장면은 원정의 목표가 물품 확보에만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신전 의례에 필요한 향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먼 지역의 생물을 왕실 공간 안으로 옮겨 왕의 세계 지배를 시각화하려는 의도가 함께 담겼다.
부조 속 푼트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되었나
부조에는 푼트의 통치자와 그의 배우자, 주민들의 모습이 묘사된다. 이집트 예술의 관습에 따라 외국인은 이집트인과 다른 옷차림과 신체 표현으로 구분된다. 푼트의 통치자와 왕비는 이집트 왕실의 인물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되지 않으며, 이국적인 외모와 복식이 강조된다.
이 장면을 실제 인물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기록한 초상화로 보기는 어렵다. 고대 이집트 사원 부조는 사건을 전달하면서도 이집트의 질서와 외국의 차이를 일정한 도상 규칙으로 표현했다. 따라서 부조는 푼트 사회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자료인 동시에, 이집트 왕실이 외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푼트 원정 부조의 핵심은 ‘먼 곳에 다녀왔다’는 여행 기록만이 아니다. 왕이 신전과 신들에게 필요한 부와 향료를 가져오고, 혼돈의 바깥에 있는 세계를 이집트의 질서 안으로 편입했다는 메시지다.
하트셉수트에게 원정 기록이 필요했던 이유
하트셉수트는 투트모세 2세의 왕비였으며, 투트모세 3세가 어린 시기에 섭정으로 정치의 중심에 섰다. 이후 그녀는 남성 파라오의 형식과 칭호를 사용하며 왕으로 통치했다. 하트셉수트의 통치 정당성은 혈통과 신의 선택, 국가 번영이라는 여러 논리로 뒷받침되었다.
푼트 원정 기록은 그중에서도 평화와 번영을 강조하는 자료다. 전쟁에서 적을 물리친 장면과 달리, 이 부조에는 배와 교역품, 외국 통치자와의 만남이 중심에 놓인다. 하트셉수트는 군사적 정복만으로 왕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신, 신전 건설과 무역을 통해 이집트에 부를 가져온 통치자로 자신을 제시했다.
부조의 설명문에는 원정이 아문 신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표현은 원정의 경제적 목적을 종교적 사명으로 격상한다. 왕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항해한 사람이 아니라, 신에게 필요한 향료와 봉헌물을 확보한 중개자로 묘사된다.
데이르 엘바하리에서 어디를 보아야 하나
하트셉수트 장제전은 절벽 아래에 조성된 테라스형 건축물이다. 푼트 원정 장면은 신전의 낮은 테라스에 마련된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할 때는 배의 구조와 노를 젓는 선원, 항구에 도착한 뒤 물품을 운반하는 사람들, 푼트의 통치자 부부, 나무와 동물을 차례로 살피면 장면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다.
세월과 종교적 갈등, 보수와 복원 과정 때문에 모든 부조가 같은 상태로 남아 있지는 않다. 일부 표현은 훼손되었고, 색채도 원래 모습보다 약해졌다. 현장에서 보이는 것은 한 번에 완성된 역사 기록이 아니라 건축과 조각, 복원과 훼손의 시간이 겹친 유적이다.
푼트 원정 부조는 고대 이집트가 나일강 주변에 고립된 문명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집트 왕실은 사막길과 홍해 항로를 이용해 먼 지역과 물자와 정보를 교환했다. 하트셉수트는 그 교역을 자신의 통치와 아문 신앙을 증명하는 이야기로 바꾸어 장제전 벽에 남겼다. 데이르 엘바하리를 찾는 여행자라면 거대한 테라스와 절벽의 조화뿐 아니라, 그 벽에 새겨진 이집트의 바깥 세계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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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더 읽을거리
- Ian Shaw (ed.), The Oxford History of Ancient Egypt. Oxford University Press, 2000.
- Toby Wilkinson, The Rise and Fall of Ancient Egypt. Bloomsbur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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