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신전 부조는 원래 어떤 색이었을까

룩소르와 카르낙의 신전 벽에 남은 부조는 원래 여러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오늘날 관광객이 보는 것은 대부분 색을 잃은 석회암과 사암 표면이지만, 조각의 움푹한 부분과 보호된 벽면에는 붉은색·청색·황색·녹색·검은색 안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대 이집트 신전은 돌을 깎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았다. 부조를 새기고, 상형문자를 채우고, 신과 왕의 형상에 색을 입혀 의례 공간을 완성했다.

신전 벽은 왜 색으로 완성되었을까

고대 이집트의 신전은 신이 거주하는 장소로 여겨졌다. 벽에 새겨진 왕과 신의 모습, 제물과 의례 장면, 상형문자는 장식용 그림인 동시에 신전의 질서를 유지하는 표상으로 기능했다. 색은 그 표상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 피부, 의복, 왕관, 신의 몸, 제물, 식물과 동물의 구분이 색으로 강조되면서 장면의 의미를 읽기 쉬워졌다.

고대 이집트 신전 부조는 원래 어떤 색이었을까

부조의 윤곽은 빛과 그림자만으로도 드러나지만, 색을 입히면 인물의 성별과 지위, 물건의 성격, 신성한 존재의 특징이 더 선명해진다. 상형문자 역시 조각된 선 안에 안료를 채워 멀리서도 문장을 식별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신전의 채색은 부가적인 미화가 아니라 건축과 문자, 의례를 연결하는 한 요소였다.

어떤 색을 사용했나

고대 이집트 장인들은 주변에서 얻은 광물과 광물성 재료를 갈아 안료로 사용했다. 붉은색과 황색에는 철 성분이 포함된 흙이나 광물이 쓰였고, 검은색은 탄소성 재료나 검은 광물에서 얻었다. 청색은 구리 성분과 규사, 알칼리성 재료를 가열해 만든 이집트 청색이 대표적이다. 녹색에는 구리 광물이나 청색과 황색 계열 재료가 활용되었다.

색을 벽면에 붙이기 위해 안료는 물이나 접착 성분과 섞였다. 정확한 조합과 작업 순서는 장소와 시대에 따라 달랐을 수 있다. 지금 남아 있는 색의 농도만으로 원래의 색조를 완벽하게 복원하기도 어렵다. 오랜 시간 동안 햇빛, 습기, 염분, 바람, 사람의 접촉이 색층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색에는 일정한 관례가 있었지만 기계적인 규칙은 아니었다

고대 이집트 회화와 부조에는 반복되는 색의 관례가 있다. 남성의 피부는 대체로 적갈색, 여성의 피부는 더 밝은 황색 계열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실의 모든 사람을 같은 피부색으로 묘사했다는 뜻이 아니라, 인물의 성별과 표현 관습을 구분하는 시각 언어에 가깝다. 외국인이나 특정 집단은 다른 색조로 나타나기도 했다.

식물은 녹색, 태양과 금빛 물체는 황색 또는 금색, 나일강과 물은 청색 계열로 그려지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하나의 색이 모든 장면에서 하나의 뜻만 가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재료의 확보 가능성, 벽면의 위치, 시대적 관습, 표현 대상에 따라 선택이 달라졌다. 색을 해석할 때에는 상징만 따로 떼어내기보다 인물의 자세, 왕관, 신의 동물 형상, 함께 새겨진 문장을 함께 읽어야 한다.

부조 방식도 색의 보존에 영향을 주었다

이집트 신전에는 돌 표면을 파내어 형상을 남기는 오목부조와, 주변을 깎아 형상을 돌출시키는 양각부조가 함께 사용되었다. 강한 햇빛이 드는 외벽에서는 오목부조가 그림자를 만들어 윤곽을 오래 드러내는 데 유리했다. 실내나 통로처럼 빛이 제한된 공간에서는 돌출된 형태가 인물과 문자의 선을 강조했다.

채색은 조각의 깊이와도 관계가 있었다. 안료는 평평한 벽 전체에 무작위로 칠해진 것이 아니라, 조각된 인물과 물건의 구획에 맞추어 적용되었다. 상형문자의 일부, 왕의 의복, 신의 몸, 제물의 표면처럼 세부가 나뉜 곳에는 서로 다른 색이 들어갔다. 돌이 깎여 나가거나 표면이 부식되면 색층도 함께 사라져 오늘날에는 부분적인 흔적만 남는다.

왜 룩소르 신전의 색이 대부분 사라졌을까

룩소르 신전은 오랜 세월 동안 햇빛과 모래바람에 노출되었다. 홍수와 지하수의 영향, 대기 중 습기와 염분, 표면에 쌓인 먼지도 안료층을 약화시켰다. 신전이 다른 건축물의 재료로 활용되거나 토사와 생활 공간 아래 묻혀 있었던 구역은 오히려 색이 더 잘 남기도 했다. 반대로 외부에 드러난 높은 벽과 기둥은 풍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후대의 종교적·생활적 사용도 건축물의 표면을 바꾸었다. 신전 일부가 주거지나 예배 공간으로 사용되면서 그을음과 접촉 흔적이 생겼고, 석재를 떼어내거나 표면을 덧바른 경우도 있었다. 룩소르 신전 안에 남은 후대 종교 흔적은 고대 채색이 사라진 과정과 건축물이 계속 사용된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여행 중에는 색보다 ‘남은 자리’를 읽어야 한다

신전 벽에서 선명한 색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대신 인물의 머리 장식 안쪽, 깊게 파인 상형문자, 천장과 처마에 가까운 보호된 부분, 덧대어진 석재의 틈을 유심히 보면 희미한 안료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손으로 만지거나 물을 뿌려 색을 드러내려 해서는 안 된다. 남은 색층은 매우 얇고, 반복적인 접촉만으로도 손상될 수 있다.

  • 부조의 돌출선만 보지 말고 움푹 파인 문자와 인물 내부를 함께 본다.
  • 한 곳의 색만으로 이집트 전체의 색채 규칙을 일반화하지 않는다.
  • 복원된 색과 고대 안료의 잔존 흔적을 구분한다.
  • 보호 구역이나 접근 제한 구역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룩소르 신전의 회색 벽은 원래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지 않는다. 그 표면 아래에는 조각가가 만든 윤곽과 화공이 채운 색, 사제들이 읽고 사용한 문장이 함께 남아 있다. 색이 희미해졌다는 사실은 장식이 사라졌다는 뜻에 그치지 않는다. 돌에 새긴 질서가 수천 년 동안 햇빛과 습기, 후대의 사용을 견디며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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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더 읽을거리

  1. Ian Shaw (ed.), The Oxford History of Ancient Egypt. Oxford University Pres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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