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복음의 씨앗이 잠든 곳
작성자: aetov.com | 원문 일부 출처: blog.naver.com/naeljoelnoel
1. 서울 한복판에 숨겨진 선교사의 흔적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강변 언덕 위에 자리한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은 단순한 묘역이 아닙니다. 이곳은 19세기 말 조선 땅에 복음을 전하고, 교육과 의료, 인권을 위해 헌신한 외국인 선교사들이 영면한 장소입니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따라 걷다 보면, 조용한 묵상의 시간과 함께 한국 교회사에 대한 깊은 통찰이 차오릅니다.
2. 양화진의 역사와 배경
이 묘원은 1890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H.G. 언더우드(Horace G. Underwood)가 첫 안장된 것을 시작으로 조성되었으며, 이후 수많은 외국 선교사와 가족들이 이곳에 묻혔습니다. 특히 조선 정부가 외국인을 위한 묘지를 제공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고, 이는 당시 개화기의 변화와 기독교 선교의 의미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파손과 방치의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오늘날에는 서울시와 교계의 협력을 통해 보존·관리되고 있으며, 한국 근현대사와 선교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3.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그리고 수많은 이름 없는 선교사들
묘역을 걷다 보면 우리가 역사책에서만 접했던 인물들을 실제로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 H.G. 언더우드: 한국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어 성경 번역과 교육 사역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 H.G. 아펜젤러: 감리교 선교사로 배재학당을 세우고, 한글 보급과 교육 사업에 힘썼습니다.
- 로제타 셔우드 홀: 여성 의료 선교사로서 여성과 장애인을 위한 병원과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 윌리엄 레이놀즈: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과서를 제작하며 소외된 이들을 섬겼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무명의 선교사와 가족들, 아이들까지 이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들의 묘비에는 각기 다른 언어, 다른 나라 출신임에도 공통적으로 **“예수를 위한 헌신”**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4. 영혼의 울림을 주는 공간 구성
양화진 묘원은 단순한 묘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신앙 교육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방문자 센터에는 각 선교사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물이 있으며, 오디오 가이드나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깊이 있는 탐방도 가능합니다. 조용한 산책로와 십자가 상징물, 참배용 벤치들이 배치되어 있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경건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5. 신앙의 유산을 만나는 성지순례
한국의 기독교는 누군가의 열정이나 강요에 의해 퍼진 것이 아닙니다. 양화진에 잠든 이들은 이름도, 얼굴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말없이 이 땅에 씨앗을 뿌리고 생애를 바쳤습니다. 그들의 언어는 낯설었고, 문화는 달랐지만, 사랑은 공통 언어였습니다.
양화진은 그 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입니다. 복음이 처음 심어진 이 땅에 감사하며, 오늘 우리가 믿음 안에 살아가는 그 시작점을 돌아볼 수 있는 순례지가 되어줍니다.